영화를 보고 난 후,
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(Let Me Eat Your Pancreas, 2017) - 하루하루 소중하게
365.
2020. 7. 9. 17:34
짧은 여생을 이런 일에 써도 돼?
그럼 어디에 써?
많이 있잖아, 첫사랑을 만나러 간다거나, 외국 가서 히치하이크로 죽을 곳을 정한다거나
너야말로 하고 싶은 일 안 해도 돼?
내일 갑자기 네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잖아
사고가 날 수도 있고 요즘 이 근처에서 묻지 마 살인도 있었잖아
너나 나나 하루의 가치는 똑같아
어차피 언젠가는 다들 죽어
우리, 천국에서 만나자
나는 살고싶어, 소중한 사람들 안에서
우연이 아니야, 휩쓸려 온 것도 아니야
우린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해서 여기 온 거야
너와 내가 같은 반이 된 것도, 그날 병원에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야
운명 같은 것도 아니야
네 선택들과 내 선택들이 우리를 만나게 한 거야
우리는 스스로의 의지로 만난 거야
너에게 있어 산다는 건 어떤거야?
누군가와 마음을 주고 받는 것 아닐까?
누군가를 인정하고 좋아하게 되고 싫어하게 되고
누군가와 함께 있고 손을 잡고 안아주고 때론 엇갈리기도 하고
그게 산다는 거야
혼자 있으면 살아 있다는 걸 알 수 없어, 그런거야
좋아하면서도 밉고 즐거우면서 우울하고
그런 혼란스러운 감정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들이 내가 살아 있단 걸 증명해 주는 것 같아
그래서 이렇게 너랑 있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
지금 살고 있다, 살 수 있다, 살아가고 있다
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 받을 수 있구나.